오늘은 우리가 살고 있는 AI시대에서 손글씨는 왜 여전히 특별하게 여겨질까에 대해 글을 나눠볼 예정입니다.
디지털 홍수 속 인간적인 흔적, 손글씨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때론 수백 번씩 키보드나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며 세상과 소통합니다. 업무 보고서, 일정 관리, 친구들과의 대화, 심지어 사랑 고백까지도 이제는 ‘입력’이라는 형식으로 전달되는 시대. 디지털 기술은 분명 우리의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줬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손글씨는 디지털 언어와는 달리, 한 사람의 리듬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흔적입니다. 같은 문장을 써도 사람마다 필체는 모두 다르고, 감정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집니다. 서툴고 삐뚤해도 그 안에는 정성과 시간, 감정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담겨 있죠. 그래서일까요. 누군가에게 받은 손편지 한 장은 수십 개의 문자보다 훨씬 더 깊게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예전에 친구가 생일에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준 적이 있었는데, 그 편지를 꺼내 볼 때마다 여전히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활자와 이미지만으로 가득한 디지털 세계에서, 손글씨는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언어가 아닐까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AI는 이제 사람의 목소리를 모방하고, 예술작품을 그리고, 심지어 글씨도 ‘작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다양한 손글씨체 폰트나 AI 기반 캘리그래피 툴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기술이 아직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불완전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입니다.
사람의 손글씨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어떤 날은 급하게 써서 글씨가 날카롭고, 어떤 날은 차분해서 둥글고 부드럽죠. 글씨체 하나에 기분이 묻어나고, 쓰는 사람의 상태가 자연스럽게 표현돼요. AI는 일정한 굵기와 간격, 정형화된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 감정의 흔적까지는 아직 담아낼 수 없죠.
더불어, 손글씨에는 시간이라는 정서적 가치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는 데 몇 분,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시간은 그대로 글씨 안에 쌓여요. 이것은 단순한 시각적 정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정서적 깊이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 같아요.
손글씨, 느림의 언어가 주는 위로
손글씨는 빠르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느리고, 실수를 하면 다시 써야 하고, 어떤 때는 글씨 하나 쓰는 데도 망설이게 됩니다. 하지만 그 느림 덕분에 우리는 오히려 멈추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손글씨는 요즘 ‘디지털 디톡스’의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어요.
실제로 하루 5분씩 손글씨로 일기를 쓰는 실천을 해본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감정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막연했던 생각들이 구체화되었고, 감정은 글씨체를 따라 차분해졌죠.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가능해졌어요. 타인의 시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 그건 분명히 타이핑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이에요.
게다가 손글씨는 우리에게 사라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오래된 일기장, 부모님이 써주신 메모, 예전 연인의 편지… 모두 우리 인생의 장면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하죠. 마치 오래된 향수를 맡은 듯, 특정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의 트리거’가 되기도 합니다.
손글씨는 단지 글자를 쓰는 행위가 아니에요. 그것은 사람의 속도, 감정, 고유성을 담아내는 하나의 언어이자 기록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느림과 흔적의 가치는 오히려 더 진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