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나는 늘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칭찬은 기준 이상일 때만 주어졌고, 실수는 쉽게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완벽을 기대했고, 그 기준에 닿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그 ‘완벽함’이 내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글은 완벽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다는걸 배우는 과정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충분히 잘했다’는 기준을 다시 만들어보기
예전의 나는 일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 만족한 적이 거의 없었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늘 따라다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항상 ‘최고’여야만 만족할까?”
그래서 처음으로 평가 기준을 바꿔보기로 했다. 결과보다 내가 노력한 과정에 집중해보는 연습이었다. 예를 들어, 발표를 마쳤을 때 '청중 반응이 좋았는가'보다는 '준비한 내용을 진심으로 전했는가'를 점검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차 마음이 편해졌다. 나를 위한 평가 기준이란, 결국 나를 덜 아프게 하면서도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나침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에 익숙해지기 위한 작은 실험들
“실수해도 괜찮아.” 이 말을 믿기 위해 나는 일부러 불완전한 것을 시도했다. 인스타그램에 필터 없는 사진을 올려보기도 했고, 다듬지 않은 글을 블로그에 올려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비난하기보단, 오히려 솔직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두려워하던 ‘실패’는, 어쩌면 그냥 평범한 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가끔은 아예 완벽을 포기한 채 시작하기도 했다. 플래너에 귀엽게 꾸미지도 않고, 중요한 회의에서 메모조차 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내보았다. 어설펐지만 더 나답고, 피곤하지 않았다.
불완전한 나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
완벽주의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엔 실수하면 자책이 먼저였지만, 이제는 그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려 한다. “그럴 수도 있지. 네가 최선을 다한 건 사실이니까.” 자기 연민이란, 무책임하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는 일이었다.
이렇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불완전한 나도 충분히 괜찮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내 삶에 큰 자유를 선물해주었다.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진짜 나답게 해보자’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걸 나는 이제 조금은 안다.